신호 없는 횡단보도 앞, 사람이 서 있기만 해도 멈춰야 합니다 — 보행자를 먼저 보는 운전

카매너 · 2026. 9. 30. · 블로그 홈

2022년 7월 12일부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뿐 아니라 "건너려고 할 때"도 차가 일시정지해야 합니다. 이 의무는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도로에서 신호 없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멈추는 차는 여전히 드뭅니다. 이 글은 우회전 신호 규정(우회전 일시정지)에서 다루지 않은 신호 없는 횡단보도와, 그 앞에 선 보행자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란 무엇인가요?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할 때, 모든 차의 운전자가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서 일시정지해야 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근거는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입니다.

2022년 개정 전에는 "통행하고 있는 때"에만 멈추면 됐습니다. 그래서 보행자가 인도 끝에 서 있으면 차가 먼저 지나가고, 차가 끊기면 그때 사람이 건너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었습니다. 개정 이후에는 순서가 뒤집혔습니다. 건너려는 사람이 보이면 차가 먼저 멈추는 것이 법이 정한 순서입니다.

'건너려고 하는 때'는 어디까지인가요?

횡단보도 끝에 서서 차도를 보고 있거나, 횡단보도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라면 건너려는 보행자로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이 거리나 자세를 숫자로 정해 두지는 않았기 때문에, 판단이 애매할 때는 멈추는 쪽이 맞습니다. 멈췄는데 사람이 건너지 않으면 몇 초 손해로 끝나지만, 지나쳤는데 사람이 발을 내디디면 사고가 됩니다.

특히 주의할 곳은 주차된 차나 가로수에 가려 횡단보도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이 없다"가 아니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는 무엇이 다른가요?

어린이보호구역 안의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가 있든 없든 반드시 일시정지해야 합니다. 2022년 개정 때 함께 생긴 규정입니다. 일반 도로에서는 "건너려는 사람이 있을 때" 멈추지만, 스쿨존의 무신호 횡단보도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일단 멈춘 뒤 출발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키가 작아 주차된 차 뒤에 완전히 가려지고, 차를 보고 멈추기보다 친구를 따라 뛰어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스쿨존의 속도·주정차 규정은 어린이보호구역 완전정리에 모아 두었습니다.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요?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하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됩니다. 경찰은 2022년 개정 시행 당시 한 달간 계도 기간을 둔 뒤 단속을 시작했습니다.

더 무거운 것은 사고가 났을 때입니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의무를 어겨 사람을 다치게 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합니다.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벌점이 쌓이는 구조는 벌점 조회·소멸 기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실제로 멈추는 차는 얼마나 되나요?

개정 전 조사이긴 하지만,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위해 멈춘 차는 100대 중 4대꼴이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1년 4월 서울 종로구의 무신호 횡단보도 5곳에서 조사한 결과, 보행자가 185회 횡단을 시도하는 동안 운전자가 멈춘 경우는 8회(4.3%)에 그쳤습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멈춘 차는 73대 중 1대(1.4%)였습니다.

그보다 앞선 2020년 12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1%가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규정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2022년 법 개정은 바로 이 간극을 좁히려는 조치였습니다. 개정 이후 전국 단위의 준수율 조사는 아직 찾기 어렵지만, 사람이 서 있는데 그대로 지나가는 차는 지금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보행자 사고는 얼마나 위험한가요?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2,521명 가운데 보행자는 920명으로,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 이상(약 36.5%)이 걷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보행 사망자는 전년보다 3.8% 늘었고, 그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616명으로 67%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통계 작성 이래 최저를 기록한 해에 보행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고령자는 걷는 속도가 느리고, 넘어졌을 때 회복이 어렵습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15.1명으로 OECD 평균(6.8명)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신호가 바뀐 뒤에도 횡단보도 위에 사람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 초록불이 켜져도 출발 전에 횡단보도를 한 번 더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멈추는 순서

  1. 예고 표시에서 감속 — 도로 위 마름모꼴(◇) 횡단보도 예고 표시가 보이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뗍니다.
  2. 양쪽 보도 끝 살피기 — 서 있거나 다가오는 사람, 주차된 차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을 봅니다.
  3. 정지선 앞 완전 정지 — 건너려는 사람이 있으면 바퀴가 완전히 멈추도록 섭니다. 스쿨존 무신호 횡단보도는 사람이 없어도 섭니다.
  4. 다 건널 때까지 대기 — 보행자가 반대편 보도에 닿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뒤차 경적에도 먼저 출발하지 않습니다.
  5. 한 번 더 확인 후 출발 — 뒤따라 건너려는 사람이 없는지 보고 천천히 출발합니다.

편도 2차로 이상 도로에서는 옆 차로의 차가 멈춰 있다면 그 앞에 보행자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옆 차가 멈췄는데 내 차로만 달려 지나가는 것이 가장 위험한 장면입니다.

해외는 어떻게 하나요?

영국은 2022년 1월 개정된 도로교통 규범(Highway Code)에서 교차로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기다리는 보행자에게 차가 양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새로 넣었습니다. 한국의 2022년 7월 개정과 같은 해, 같은 방향의 변화입니다. 두 나라 모두 "건너는 중"에서 "건너려는 순간"으로 보호 시점을 앞당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행자를 위해 멈춘 차는 왜 기억되지 않을까요?

멈추지 않은 차는 단속 카메라와 블랙박스 신고로 기록되지만, 멈춘 차는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넌 보행자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전부이고, 그 차는 곧 떠납니다. 뒤차들의 경적을 감수하고 멈춰 선 운전자는 칭찬은커녕 눈치를 받기도 합니다.

카매너는 이런 불균형을 바꾸려고 만든 서비스입니다. 위반을 세는 지표는 많지만 잘한 운전을 세는 지표는 없다는 이야기는 안전운전 문화 평가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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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근거: 도로교통법 제27조, 같은 법 시행령 별표 8,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한국교통안전공단 2021년 무신호 횡단보도 조사, 경찰청 2024년 교통사고 통계, 통계청 통계플러스 2024년 겨울호. 양보율 조사는 2022년 법 개정 전 결과입니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최종 내용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